시험 낙방소식을 접하고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했다. 그도 그럴것이, 시험을 위해 특별히 많이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시험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어서 낙방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찾아온 기분은 ‘짜증스러움’이었다. 스스로에게도 짜증스러움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또 다시 합격 통보가 있을 때 까지 그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 해 보았다. 분명 내가 준비한 기간은 짧았으나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할 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동한 ‘가진 능력에 비해 스스로를 너무 과대 평가 해 왔었는가’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는 기봉이를 생각했다.
“기봉이라는 친구처럼 두뇌에 관해서는 나도 그리 뛰어나지 못하구나.”
한스러운 마음으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때, 잠시 잊었던 마음속의 짐이 밀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시험따위에 한번 정도는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낙방의 경험 후 다시 그 시험을 치러야 할 때에는 더 큰 마음의 부담이 함께 간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한번 시험에 도전은 해 보겠으나 다시금 이런 치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이를 악물어야겠다. ‘세상살이 하나 하나에 쉬운일은 없다’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오늘따라 내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파듯 아프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기봉이의 미소는 아름답지만, 황금빛 치아와 신현준씨의 축복받은 속눈썹의 길이가 부담스럼게 느껴진다. 시험에서 느껴야 하는 부담감은 이와 비슷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