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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동탁의 공포 정치

  아래의 긴 글은 이문열의 삼국지에서 동탁이 권력을 잡고난 후 왕윤이 초선을 이용해 연환계를 펼지기 직전의 내용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후의 내용은 초선을 사이에둔 동탁과 여포의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 동탁은 여포에 의해서 살해된다는 내용이다.

  동탁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즐겨 사용한 수단은 공포였고 그의 통치는 이른바 공포 정치인 셈이었다. 하지만 백성들을 위압하고 적대 세력을 꺽는 데이 그 어떤 수단보다 빠르고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에 못지않게 계속되기 어렵고 결말이 위험한 것이 또한 공포 정치이다. 공포 정치가 계속되기 어렵다는 것은 인간의 감각이 가진 마비란 특성 때문이다.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공포감도 거듭되면 마비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포를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쪽은 거듭 될수록 보다 강력한 자극을 줄 수 있는걸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은 다만 보다 잔혹해지고 야만스러워지는 길 뿐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이미 공포감이 마비된 백성에게는 효과도 없이 이용하는 쪽만 광란적인 가학 심리로 몰아넣고 적대 세력에겐 한층 설득력 있는 대의명분을 무기로 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 공포 정치의 한계가 있다. 공포 정치의 결말이 위험스럽다는 것은 언제나 공포 정치가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데 있다. 정당한 승계가 아닌 권력의 상실은 대개 비극적이긴 하지만 공포 정치의 종말처럼 극단하지는 않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 사용한 잔혹하고 야만적인 수단에 의해 무대에서 굴러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에서는 아주 희귀한 예로 비극적인 결말을 모면한 경우가 있지만, 그 행운이란 것도 결국은 죽음이란 자연의 비극적 결말이 적대세력이나 더 참을 수 없게 격분한 민중들의 동해보복을 대신했을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동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동탁이 휘두르는 공포란 철권에 질려있는 것 같았지만 그가 틀어잡고 있는 조정에서도 이미 바비의 증상과 아울러 더 참을 수 없다는 격분의 분위기가 일고 있었다. 그 대표격인 사람이 바로 사도 왕윤이었다.


초선과 여포
<초선에게 제대로 필 꽃힌 여포!!>
  어제 저녁 잠들기 전 삼국지의 위 부분을 읽으면서 갑작스레 북한이 떠올랐다. 어찌보면 북한이 외교적으로 펼치고 있는 정책이 동탁이 행했던 공포 정치와 흡사하다. 무력 도발을 행하여 주변국들에게 공포감을 주며 자신들이 원하던 것들을 얻으며 국제정세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왔다. 얼마전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행위도 일맥상통한다.

  그동안 동탁이 공포 정치로 백성들을 위협하고 적대 세력을 꺽는데 큰 효과를 보아 온 것처럼 북한의 무력도발도 주변국들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나라의 원조를 받아 내는 등 큰 효과를 보아 온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주변국들은 북한의 공포심 유발에 공포라는 감각이 마비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당시, 우리나라 상황을 봐도 예전같았으면 난리가 났을법한 일인데 ‘아직은 크게 걱정하기엔 이르다’라는 분위기였고, 옆동네 일본은 오히려 상황을 기회삼아 자신들의 국력을 키우고자 했다. 일본은 북한의 행동은 두려웠기 때문이라기보단 그동안 키우고 싶었던 군사력을 확장하는데 설득력 있는 대의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니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식 공포가 통하질 않는 시기까지 와버렸으니 걱정이다. 동탁의 가장 큰 위협도구였던 여포에게 자신이 당한 것 처럼 북한역시 자신의 가장 큰 위협도구인 미사일에 당하게 될지도…..

  동탁의 죽음 이후 동탁에게 빼앗긴 황실을 다시 세우겠다는 그럴듯한 명목으로 곳곳에서 세력을 키워왔던 야심가들은 동탁이 없어진 후 약해진 동탁세력의 남은 잔당을 쓸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다툼을 시작했고, 결국은 조조가 황제를 꿰차게 된다. 북한이라고 다를게 있을까..

  북한이 무너지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한바탕 큰 대란이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의 큰 우방세력이란 명목으로 북한을 흡수하려 들지도 모르겠고, 미국은 그 꼴을 가만 놔두려 하지 않을것이다. 그렇게 중국이 개입하지 않는다 해도 분명 이권을 두고 강대국간의 큰 분쟁은 예상될 수 있다. 북한이 무너지면 평화롭게 우리에게로 흡수통일이 되는 달콤한 꿈같은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우리가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면 북한에서 이익이 될만한 것들은 세계적인 강대국이 개입해서 챙겨가고 우린 껍데기밖에 없는 통일을 이루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약이 좀 심하긴 했지만 국제관계는 이해득실만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고있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삼국지을 읽을때 주인공이라고 생각되며 하는 일은 모두가 옳다라고 생각했던 유비조차도 까놓고 보면 여러 세력의 야심가들 중에 하나이다. 세상에 옳다라고 생각되는 이, 옳다라고 생각되는 모든 일이 결국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있어 옳아 보일 뿐일지도 모른다. 옳고 그름은 그것이 목적을 이루었을 때만이 참된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 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

  요즘 삼국지를 읽으면서 갑작스레 머리속에 떠오른 잡상을 블로그를 통해 이리저리 정리 해 보았다. 얼마전엔 사람을 쓰는 방법이 다른 원소와 조조를 보면서 그 내용도 한번 다뤄보려 했지만, 이 생각이라는게 무척이나 휘발성이 강해서 어딘가에 메모해 놓거나 적어놓지 않는다면 정리해 글로 남기기가 어렵다. 이번엔 한번 큰맘먹고 기억을 되살려 가면서 자기전 떠올렸던 생각들을 적어 보았다.


4 개의 댓글

  1. 북한 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만 보면 어렵게 만드는 것도 북한이죠.
    이래저래 무작정 좋아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애매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요번 미사일 사건은 주변국들 반응이 더 흥미로웠죠 ㄱ-;

    1. 역시 북한은 어렵습니다…;;
      최근엔 북한이 원조를 요구하는데 미사일 문제로 우리가 원조해 주는 일이 더욱 껄끄러워 저버렸죠..;;

  2. 뭐 이건 주제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여포가 동탁을 죽이고 나서 이후에 초선이 자신의 음모를 여포에게 말했고, 여포는 화가나서 그 자리에서 초선을 죽였다는 설과 초선이란 인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과 이후 조조가 여포를 하비성에서 죽였을때 여포를 따라 죽었다느니 혹은 조조의 시녀가 되었다는둥…이래저래 말이 많더군요. 그나저나 초선이 정말 실존인물이라면 얼마나 이쁘길래..

    1. 초선이 실존인물이었다면!!
      ‘전지현과 흡사하지 않았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지현 만세~ㅋ

      말씀하신대로 초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제가 읽고 있는 이문열의 삼국지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더라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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