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시절 기록했던 수양록을 꺼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무시절에 수양록을 쓰는것이 억지로 쓰는 귀찮은 일꺼리였겠지만, 난 일기쓰는 기분으로 나름 꾸준히 써 나갔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꺼내보았을때 군복무시절 가졌던 생각들과 추억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 하고자하는 마음에 귀찮아도 시간이 될때마다 꾸준히 기록했다.
원래 군에 관한 기록을 남기는것은 군대라는 조직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전 군복무를 했던 사람들은 몰래 일기를 남기는 일들이 많았다. 매번 몰래쓴 일기장을 찢고 일기를 쓴 사람을 처벌하길 반복하던 군대에선, 수양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일기를 쓰는것을 허용했다.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모든이가 매주 1번 이상씩 써야한다는 강제적인 성격도 가지게 되었고, 간부들이 점오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수양록을 쓰는지 점검하기도 했다. 꾸준히 기록하는지의 여부와 군기밀에 관한내용이 기록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점검하는것 외에 일과시간에 몰래 병사들의 수양록을 보는일도 있었던것 같다. 부대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등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기전에 병사들의 불만이나 심리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누군가에게 읽혀질 것임을 다들 알고 있었기에 난 수양록에 긍정적인 내용만 적어나갔다. 수양록의 글로인해 관심사병으로 주목받고싶지 않았으니까. 불만이나 부정적인 내용은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같은 내용으로 적었다^^ㅋ
오랬만에 군시절 적었던 수양록을 보던중 훈련소때와 상병때쯤의 오늘에 가장 근접한 날짜 일기내용을 블로그에 적어보고자 생각했다.
2002년 8월 11일
오늘 종교활동중에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며칠 후엔 지금의 내 옆의 전우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해 기분이 약간 이상하다. 힘든 훈련들을 모두 마치고 이제부터 진짜 군생활의 시작이라 생각하니….. 막막하다-_-;;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마지막으로 힘내자. 넌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정성훈 화이팅~!
2003년 8월 15일
이번주는 타이어 세척작업, 정비로 인해서 많이 바뻤다. 피부도 새까맣게 그을려지고… 여름이여 빨리 가라!! 겨울엔 여름이 기다려 지더니 이젠 겨울이 기다려 지는구나… 입추도 지났으니….ㅋㅋ
뭐, 별 내용은 없는데 글에서 짬밥의 포스가 슬며시 배어나온다. 웬지모르게 분위기가 상병때 일기가 더 여유있어 보인다.
수양록을 보면서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수양록 중간중간에 그림까지 그려 놨더라. 그림을 보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새 기억이 난다. 역시 그림일기가 더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전 그림 그릴 줄 아는 사람 보면 부러워요. ㅎㅎ
ㅎㅎㅎ 그림이라기 보다 그냥 일기장에 낙서 수준인데요^^ㅋ
저도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부러워요..ㅎㅎ
수양록은 훈련소에서만 썼던 것같네요.
자대에 가서는 수양록대신 부대일지를.. ㅡ.ㅡ;;;
부대일지는 수양록 쓰는것 보다 더 빡세잖아요.ㅎㅎㅎ
수양록 쓰는건 아무때나 해도 되지만, 부대일지는 무조건 매일매일…
상당히 꼼꼼하시네요~
수양록에 그런 의미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요.
(동생이 아직 군에 있는지라 눈이 번쩍 뜨이네요^^)
동생이 군복무를 하고 계시나보네요^^ㅋ
전 별로 꼼꼼하진 못하고 좀 많이 덜렁댑니다.
군대에 있을땐 덜렁대는 것 때문에 욕도 참 많이 들었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