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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수님이 그립다.

군대를 다녀와서 2학년으로 학교에 복학을 했다. 말이 좋아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었지, 사실 나는 쥐뿔의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그런 어정쩡한 남자중에 하나였다. 1학년때 전공으로 배운 내용들은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학교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질 않았으니 뭐 하나 제대로 알고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교수님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고, 그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군대를 가기 전 1학년 때에도 그 교수님 수업을 한번쯤은 들어 봤겠지.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학과 교수님이 어떤 분이 계시고 어떤 수업을 진행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학교수업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전공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줄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생전 처음 C을 이용해 코드도 짜 보았고, 리눅스도 처음 사용해 본 값진 경험도 얻었고, VI에디터를 이용해 코드를 짜고 GCC를 이용해 컴파일도 해 보았다.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으로는 참 우스운 일이지만 제로보드라는 것의 존재에 대해서도 05년,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뿐이겠는가 그 교수님을 통해서 배운 것들 중 아직까지도 인상깊게 기억하는 내용이 많다. CISC, RISC 두 가지 CPU의 존재와 차이점을 알게 되었고 PHP같은 언어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참, 구글의 존재도 그 교수님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딱 1년 동안 배운게 전부이구나….

교수님
교수님

정말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게 복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먹고 살 것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는 집념을 가지고 수업에 임했고, 1학년때 빵꾸난 학점을 메꾸어야 겠다는 집념으로 강의를 들었고, 파코즈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극에 달해 있었을 때, 교수님이 짠~ 하고 등장을 한거다.

지금은 그 교수님이 학교에 계시질 않는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학교를 그만 두신 것인지, 다른 학교로 옮겨 가신 것인지. 정말 학생들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려고 열정적이신 분이었는데 지금 학교에 계시질 않는다. 그게 너무나도 아쉽다. 마음 같아선 내가 학교에서 들어야 할 과목들을 모두 그 교수님께서 강의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기억에 남는 수업은, C수업을 하면서 실습실에 컴퓨터에 설치 되어있는 컴파일러의 버전이 각각 달라서 학생들마다 코드의 결과물이 다르게 나와서 고생 할 때가 많았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짜낸 아이디어가 리눅스 서버에 학생들 계정을 각각 만들어 주어서 서버 안에서 코드를 짜고 컴파일을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덕분에 난 처음으로 리눅스라는 것을 써 볼 기회를 얻었고, VI에디터가 무엇이고 GCC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아마도 레드햇 서버였던걸로 기억된다. 여튼 수업에서 이것저것 많은 걸 알려주시려고 노력 하셨다.

요즘 피치못한 사정으로 국문학과 전공수업을 하나 듣는 게 있는데, 그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은 수업 중에 종종 이런 말씀을 자주하신다.

“예전에 날 가르쳐 주셨던 스승님은…”
“학교다닐때 스승님이….”
“그 분은…”

이렇게 시작해서 자신을 교수의 길로 이끌어 준 대학시절 스승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그 스승님이 교수님께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 알법하다. 더불어 언제나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스승님이 계신다는게 한편으론 너무나도 부러웠다.

지금까지 나에게 수많은 스승님이 있었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내오면서 수많은 선생님들이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대학교시절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또 한번 멋진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앞으로의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두 분의 교수님.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날 가르쳐 주시던 스승님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하셨어.
프로그래밍은 어려운 게 하나도 없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외울 것도 하나도 없고.
책 보고 찾아가면서 만들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되는 거야.

C를 시작으로 해서 전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신 분. 그리고 지금 내가 자바에 관심을 갖게되고 사랑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 이 두 분의 교수님 덕에 아마도 내가 앞으로 교수나 선생님이 되어 강단에 서게 되거나, 누군가에게 프로그래밍에 대해 말해주게 될 때 이런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7 개의 댓글

  1. 1년전만해도 지금 포스팅하시는 내용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셨다는게 너무 놀랍습니다. 저는 언제쯤 평생 기억에 남는 스승님을 만날 수 있을까 너무 궁금합니다.

    1. 2학년 1학기 부터 지금 3학년 2학기 수업을 듣고 있으니까 약 2년 가까이가 되어가는 것이겠지요^^ㅋ
      방학 빼고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1년 이겠지만요.

  2. 핑백: wurifen's '巴人聚'

  3. 그렇습니다. 스승님이란 정말 대단한 존재입죠.

    저도 초교시절의 은사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겁니다.

    1. Poisoner님의 댓글을 읽고나니, 갑작스레 스승의 날에조차 한번 찾아뵙지 못한 옛 은사님들을 찾아 뵙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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