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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도 개발이다. 우리는 모두 블록을 조립한다.

글을 쓰는 것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결국 블록을 조립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모든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목적에 맞는 잘 만들어진 라이브러리들을 가져와 조립하고, 그 위에 꼭 필요한 부분만 직접 구현해서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든다.

물론 블록 조립만으로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는다. 부족한 기능은 직접 만들어서 채워 넣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매번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잘 만들어진 것과 직접 만든 것을 적절히 섞어서 하나의 구조를 완성한다.

글쓰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의 모든 내용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채울 필요는 없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정보, 경험과 관점을 내 글에 맞게 재해석하고 엮어서 하나의 글로 만들어낸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일은 기초과학 연구처럼 극히 드문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연구조차도 수많은 선행 연구 위에서 이루어진다. 무에서 유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글을 쓸 때 종종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 부담 때문에 오히려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존의 좋은 이야기와 정보들을 잘 조합하고, 거기에 나만의 해석과 경험을 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글이 된다. 중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재료가 아니라, 그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일지도 모른다.

글도 결국 하나의 결과물이고, 그 결과물은 수많은 블록 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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