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학교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전공 과목은 모두 A이상 나왔는데, 아쉽게도 교양에서 B가 두 개 씩이나 터졌습니다.
작년 2학기… 갑작스레 양손에 깁스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출석을 못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다쳐서 어떻하냐. 성적은 다친것을 감안해서 잘 줄게..
라는 교양 교수님들의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가 안심하고 있었죠.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야하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한쪽 손의 깁스를 풀자마자 그 동안 제출하지 못했었던 레폿들을 작성하여 부랴부랴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성적이 나왔을 때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신청했던 교양과목 3개가 모두 다 C….
그렇습니다. 다친건 제 사정이었지 교수님들의 사정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조금은 기대 했었는데….;;;
여튼, 작년 2학기의 C 이후로 다시는 B+ 이하의 학점을 받지 말자했던 제 다짐은 이번 학기를 통해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혹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C, D가 없는 성적표는 너무 인간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1학년 시절 1년 동안 A, B를 제외한 C, D, F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획득했던 저 였기에, 더이상의 인간적인 성적표는 저를 비인간적으로 만들게 되므로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저는 비인간적인 성적표만을 원할 뿐입니다.(-,.-)
어쨌든 성적표를 보기 전까지는 마치 적벽대전을 앞둔 주유와도 같았지요. 언제나 처럼 조조의 진영이 잘 보이는 높은 언덕 위에서 조조의 진채를 내려다 보며,
(주유)조조의 배들은 모두 쇠사슬로 잘 묶여 있군. 화공으로 조조의 진영을 모두 불태우리라.
(본인)이번 학기에도 비 인간적인 학점을 얻을 준비는 모두 마쳤다. 출석 잘 하고, 레포트를 제때 제출해서 높은 성적을 획득하리라.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어 주유 진영의 대장기 하나가 부러지며 주유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주유는 소리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깃대에 맞은 머리의 아픔보다 무언가 떠오른 생각이 그를 괴로운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쓰러지게 만들었다.
(주유)모든 것은 준비 되었으나, 바람이 없구나!!
(본인)모든 것은 잘 했으나, 시험을 형편없게 봤구나!!
주유가 그 일 이후 병을 얻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것 처럼, 나 역시 방학 이후 병(?)을 얻어 집에서 아침일찍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나마 주유에겐 동남풍을 빌어줄 수 있는 제갈량이 있었지만 나에겐 제갈공명이 없는 관계로 주유는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나는 성적표에서 대패를 하고 말았다.
그일 이후 싸인펜은 이런 노래를 지어 후세에 이 일을 알리게 되었다.
너에겐 제갈량이 있었구나!
동남풍을 빌어주어
적벽에서 대승했네..
싸인펜, 싸인펜..
너는 도와줄 이 하나 없구나!
무슨 깡으로 높은성적 바랬느냐
그냥 그 성적에 만족해라..S
이미치 출처 : 삼국지의 생생한 현장을 CYE800으로 찍는다.[링크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