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차비 좀 빌려주세요..

긴글 2006.07.12 00:10
요즘 세상이 참 무섭습니다.
작년에 제가 겪은 일들입니다.

처음 겪은것은 기차를 기다리면서 역 대합실 앞에 서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 때 좀 어려보이는 여학생 한명이 와서 제게 말을 걸더군요.(외모로 봐선 고등학생이거나 갓 졸업한 나이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여자 "제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비가 없는데, 돈 좀 빌려주세요."
나    "차비가 얼마나 필요합니까??"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조금 많은 돈을 요구 했습니다.
나    "그정도 돈은 저도 없는데요."
여자 "그럼, 제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어서 그러는데 돈좀 빌려 줄 수 있나요?"
나    "얼마나 필요한데요?"
여자 "얼마나 주실 수 있는데요?"
3,000원 정도를 주면서 이것밖엔 못준다고 얘기를 했더니 더 달라는 뉘앙스로 몇 마디를 더 건네더라. 더는 돈이 없다고 말하고 제가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처음엔 차비를 잃어버렸다길래 기분 좋은 마음으로 도우려했었는데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황당한 말만 계속 꺼내니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 막 화를 내면서 쫓아버렸어야 했는데 크지 않은 돈으로 남을 도울 수 있을꺼라는 처음의 막연한 기분이 절 모질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겪었던 일은 나이 많으신 할머니에게서 였습니다. 동네에서 머리를 정리하려고 미용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걸어오던 할머니 한분이 제게 말을 걸더군요. 길을 잃으시거나 문제가 있으신것 같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가까이에 인터체인지가 있고 시외버스 터미널이 근처에 있어서 길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할머니 "학생, 내가 집이 먼데 지금 차비가 없어서..."
나       "네?"
할머니 "여기서 버스를 타고 나가서 또 갈아타야하는데 차비가 없어서말야."
나       "제가 돈이 만원짜리밖에 없어서 좀 그런데요."
         (실제로 지갑엔 만원짜리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 "그럼 만원짜리라도 빌려주면 안될까? 차비가 꼭 필요한데.."
황당한 말에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할머니가 너무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한참을 걸어 슈퍼마켓에 들러서 천원짜리로 돈을 바꾼 후 3,000원 정도를 그냥 드리고 보내드렸습니다.

좋은일을 했으니 그냥 기분좋게 돈은 잊자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잊으려 애쓰며 원래 목적지인 미용실을 향해 갔으나 미용실에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차비가 없어서 집에 못간다던 할머니가 도로 근처의 분식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계시던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말대로라면 제가 준 돈은 차비를 하고나면 얼마 남지도 않을텐데 당당하게 떡볶이를 사드시고 계시네요. 내 앞에서는 급박하게 말을 하시더니...

못봤더라면 좋은일 하나 했다고 나름대로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을텐데, 그 장면까지 목격하고나니 할머니가 무척 괘씸해 보였습니다. 만원을 요구 할때부터 뭔가 찝찝하던 기분이 한번에 몰려왔습니다.


얼마전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희 어머니도 많이 당하시던 일이더라구요. 외지에서 돈을 잃어버려서 차비도 없고 있을곳도 없다며 돈을 빌려달라길래 도와주려 했더니 말도안되는 금액을 요구하더랍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사람을 만나도 화를 내면서 그냥 쫓아버리신다고...

지능적인 앵벌이일까요?

유독 저에게만 저런 말도안되는 앵벌이와 '도를 아십니까?'들이 자주 들러붙는 편입니다. 요즘엔 만나면 인상쓰면서 말을 더 듣지도 않고 쫓아버리긴 하지만요.

요즘 이래저래 착한 마음으로 사람 말 다 들어주면서 살기엔 너무 척박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전 그로인해 위협적인 일은 겪지 않아봤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다가는 큰 화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블로그들을 구경하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꼭 주의하세요~!!!"라는 글을 읽고 갑자기 떠올라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이 분의 글을 읽어보면 저처럼 얼리벌리 있다가는 정말 위험에 처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더군요.

요즘세상엔 참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쩝..

요즘엔 집으로 광고 전단지를 돌리던 사람들도 낚시를 하던걸요.
띵동~
"OO신문에서 백화점 상품권이 왔습니다~"
"신문 안보는데요?"
"아니, 사장님 이번에 저희 OO신문하나 보시라구요. 상품권도 드립니다."
원래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지 않기에 그냥 돌려보내긴 했습니다만,
진짜 신문계약을 위해 왔을꺼라는 생각으로 문을 선듯 열어주기엔 세상이 너무 위험하군요..;;
top
  1. -_-;;찐 2006.07.12 16:53 신고 수정/삭제 댓글

    오빠 너무 착한거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ignpen.net 싸인펜 2006.07.13 14:15 신고 수정/삭제

      허허.. 내가 착하다기 보다는 좀 순수한 편이지~
      그런데 지금 비웃는거야?? ㅡ.,ㅡ+

  2. Favicon of http://blog.daum.net/nkokon nkokon 2006.07.12 17:07 신고 수정/삭제 댓글

    저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죠.
    척박한 문제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주변에 많이 늘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예전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 Favicon of http://signpen.net 싸인펜 2006.07.13 14:17 신고 수정/삭제

      가끔, 세상이 무섭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효즘 우리나라 경기가 확실히 안좋긴 한가봅니다..;;

  3. Favicon of http://mircat.tistory.com 미르캣 2006.10.14 00:46 신고 수정/삭제 댓글

    고속도로 휴게소 이야기까지 보니까 정말 장난 아니군요 -_-;;
    세상이 참..어찌될런지..ㅎㅎ;; 글 잘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ignpen.net 싸인펜 2006.10.14 23:28 신고 수정/삭제

      휴게소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이 무섭습니다. 덜덜덜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ㅋ

  4. Favicon of http://lch6.tistory.com 엔아 2006.10.16 15:58 신고 수정/삭제 댓글

    위의경우는 다뻥이지요..
    그러니 하등 도와줄 일이 없습니다.
    그런경우 경찰서 가서 사정설명하면 왠간하면 집에갈 차비 주거든요..

    • Favicon of http://signpen.net 싸인펜 2006.10.16 19:16 신고 수정/삭제

      그러니까요^^ㅋ
      뻥인줄 알면서도 작은 돈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얽매여서 모질게 하질 못했었습니다..ㅜㅜ

      이젠 안당하려구요^^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