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긴글 2006.11.17 17:35
식인종과 만나다

식인종과 만나다

  정글을 여행하던 왕이 코코넛을 자르다가 실수로 자신의 발가락을 잘랐다.
  “놀라운 일이로군요. 행운의 징조입니다.”
  예언자기 소리쳤다. 예언자의 말에 화가 난 왕은 그를 구덩이 속에 던지고 떠나 버렸다.

  다음날 왕은 신전에 바칠 제물을 구하던 식인종 부족에게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그 때 식인종 사제가 왕의 발가락이 없는 것을 보았다. 제물은 조금이라도 결함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왕은 풀려나게 되었다.

  비로서 왕은 예언자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 구덩이로 돌아가서 깊이 사과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왕께서 저를 이 구덩이에 던진 것이 저로써도 커다란 행운이었으니까요.”
  예언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어째서 그렇소?”
  영문을 알 수 없는 왕이 물었다.
  “만약 제가 왕과 함께 있었다면 그 식인종들이 저를 제물로 썼을 테니까요.”

  전화위복(轉禍爲福), 불행을 바꾸어 그것을 오히려 복이 되게 한다는 뜻의 말이다.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위기는 곧 기회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 한다. ‘불행이 복이 되게 한다’, ‘위기를 기회 삼는다’라는 말은 선뜻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전화위복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에서는 분명 불운했던 여러 사건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 행운으로 찾아왔다. 왕은 발가락을 자르는 실수를 함으로 인해서 다음날 식인종 부족에게 사로잡혔을 때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예언자는 왕의 노여움을 사 구덩이에 갇히게 되어서 식인종들에게 잡혀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왕과 예언자처럼 언제나 불행은 자신에게 행운으로 다시 돌아올까? 이야기 속처럼 위기는 언제나 기회로 나에게 찾아올까? 위의 이야기를 살짝 다르게 생각해 보자. 왕이 실수로 발가락을 자르고 예언자를 구덩이에 던져버렸다. 다음날 왕은 신전에 바칠 제물을 구하던 식인종에게 쫓기게 되었다. 이때 식인종은 구덩이에 갇혀있는 예언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식인종은 도망치는 왕보다 더 쉽게 잡을 수 있는 예언자를 제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왕은 갇혀있던 예언자 덕분에 어렵지 않게 식인종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고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갇혀있던 예언자의 불행으로 인해 왕은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아도 누군가가 불행해 지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스스로가 기회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다른 누군가의 위기나 불행을 자신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훨씬 더 빈번하다. 위기와 기회가 빈번하게 찾아오는 기업들의 세계에서도 회사에 찾아온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게 되는 일 보다 기업의 위기를 다른 기업들이 기회로 활용하는 이야기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노트북 생산업체에 노트북의 배터리를 공급하던 거대기업 소니(Sony)에 위기가 찾아왔다. 소니에서 노트북배터리를 공급받아 생산하던 델(Dell)의 노트북이 폭발하는 사고가 보도되었다. 그 후, 잇따른 소니 배터리의 폭발사고가 보도되었고, 소니에서 노트북배터리를 공급받아 사용하던 수많은 노트북 제조사들은 소니 노트북배터리의 리콜을 요구하였다. 사고가 발생했던 델 뿐만 아니라 Apple, Toshiba, IBM/Lenovo, Matsusita, Panasonic 등 수많은 업체들에서 리콜한 배터리의 개수는 무려 770만개에 달했다. 소니가 생산한 노트북배터리의 폭발사고로 인해 소니의 순익은 무려 94%나 급감했다고 한다. 소니의 배터리 폭발사고로 인한 리콜이라는 불행이 그 후 소니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을까. 오히려 2차전지 생산의 경쟁관계에 놓여있던 우리나라의 LG화학, 삼성SDI 등의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비단, 소니의 노트북 배터리사건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위기를 다른 이들이 기회로 삼는 사례는 수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불행을 복으로 바꾸는 사례는 쉽게 찾기 힘들다. 기업과 기업 사이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는 일은 더욱 쉽다.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던 친구가 성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경쟁관계에 있는 나의 석차는 오르게 된다. 누군가가 복권을 구입해서 당첨이 되지 않아 복권을 구입한 만큼의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수 많은 사람들의 손해를 통해 복권에 당첨된 누군가는 당첨금을 탈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손해를 얻게 되면 누군가는 그 손해 덕분에 이익을 보게 되기 마련이다. 전화위복의 사례보다 누군가가 손해를 입어 그로 인한 이득을 보게 되는 제로섬(zero-sum)의 사례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말을 많이들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해가, 글 첫머리 있는 전화위복에 대한 짧은 이야기처럼 불행이 닥친 후에 요행으로 얻는 행운을 두고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그렇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예언자와 왕의 이야기는 전화위복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한 예로는 매우 부적절 하다. 오히려 새옹지마(塞翁之馬)를 설명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한 예로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듯 하다. 전화위복의 참 뜻은 어떠한 위기나 불행이 찾아와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종종 전화위복의 의미 중에서 ‘노력’이라는 단어는 쏙 빠진 채 새웅지마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의미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전화위복과 새옹지마는 유사한 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오해를 갖곤 한다. 전화위복과 새옹지마는 둘 다 정말 좋은 말이다. 새옹지마는 인생에서 길흉화복은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므로 불행이 오더라도 꼭 행복한 일이 찾아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자는 말이고, 전화위복은 불행이 오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불행으로 인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유사한 부분이 많아 종종 두 말을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번 실패를 겪었던 기업들이 실패하기 전보다 더욱 크게 성장한 후에 그들은 당시 겪었던 실패가 전화위복의 기회였다는 말들을 종종 하곤 한다. 전화위복의 기회였다는 말을 쓰는 기업들의 성공은 단지 한번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요행으로 갑작스런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실패 이후에 기회를 얻기 위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것 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내고 노력을 했다. 전화위복이란 말의 잘못된 이해로 인해, 단지 운이 좋았다는 것 정도로 치부한다면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 대한 큰 실례이다.

  노트북배터리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 소니라는 거대 기업도 지금 위기와 함께 극복해서 더 크게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함께 눈앞에 다가와 있다. 기회를 빼앗겨 경쟁 업체들에게 2차 전지 시장을 모두 내 놓아주게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내 지금까지보다 더욱 큰 신뢰를 얻게 될 것인가. 소니의 미래는 요행이 아니다. 그들의 미래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아갈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 달려있다. 그리고는 언젠가 그들도 지금의 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였다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온다.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훨씬 더 가까운 기회이다.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는 노력뿐이다.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것도 노력이 없다면 날 위한 기회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회일 뿐이다.S


이미지 출처 : phyl.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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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ooyoon.net 흰우유 2006.11.17 23:37 신고 수정/삭제 댓글

    참 되새길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하네요.
    나의 재앙이 다른 사람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 Favicon of http://signpen.net 싸인펜 2006.11.18 18:44 신고 수정/삭제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존재 하잖아요. 노력하면 다른 사람이 얻어간 것 보다 더 큰 축복이 내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제가 썻지만, 참 서글픈 이야기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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